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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잡생각들2(2023.01-12)짐덩이 2024. 4. 27. 04:05
61. 어린 나는 주로 책으로 시간을 보냈다.
책을 좋아하냐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집에 잘 들어오지 않던 아버지, 맞벌이로 일을 나가 집에 6시가 넘어 들어오던 어머니 사이로 나는 6살인 내 남동생과 함께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 첫 책과의 조우는 부모님 안방의 침대 위로 통통 점프를 하면서였다.
안방은 서재와 비슷하게 꾸며져 한쪽 벽과 그 옆에 벽까지 모두 인문/교양/에세이/문학/장르소설책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데 침대 위로 튀어 오를 때마다 키가 작아 잘 보이지 않던 높은 책장의 책 제목까지 잘 보였었다.
그리고 난 그게 기분이 좋았다.
62. 처음 읽었던 책은 연어라는 책이었다.
8살인 내가 읽기엔 너무 어려웠고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는 알 턱이 없는.
내가 그 책을 처음으로 읽겠다고 뽑아 든 이유는 그 책의 표지가 아름답다는 이유였다.
하얀 배경에 붉은 점박이 연어가 물빛에 튀어 오르는 모습을 그려낸 표지.
63. 얼기설기 나동그라지는 글자들 사이로 나는 내가 외롭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이유도 모른 채로 책장만 쉼 없이 넘겼다. 가슴이 알싸해지는 느낌이라 그 후 연어란 책을 다시 찾아보지 않았다.
64. 다음에 읽은 책은 '여자는 죽어야 한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자극적인 추리스릴러 소설이었다. 살인마가 여자만 골라 죽이는 연쇄살인범이고 이를 형사와 프로파일러가 잡는다는 내용으로, 19금 성행위 묘사가 많이 들어간 만큼 수위가 셌던 책이다. 당시 8살의 나이에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중학생 때 다시 읽고 난 후 남몰래 애정하게 되었다. 근데도 난 이 책만 보면 가끔 실소가 나왔는데 이 책을 봤다고 하면 누가 놀랄까 책장에서 제일 재밌었던 책이 뭐냐고 엄마가 묻는 날엔 이 책은 꼭 빼놨었다. 아마 엄마도 이 책을 읽은 지 오래되어 선정적인 표현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나 보다. 이 책의 2번째 챕터에서 나오는 소제목, 범인의 발자국은 이해도 못하던 8살의 나이에 소제목 아래에 그려진 범인의.. 얼굴이 무서워서 그대로 엄마의 이불옷장에 큼지막하게 연필로 낙서를 해놨다. 글씨도 제대로 못 써서, '범민이 발짜꾹'으로. 물론 동생이랑 같이 했다.
ㅋㅋㅋㅋ
65. 그다음은 퇴마록. 국내 편? 아마 서재엔 국내편만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재밌더라. 왜 옛날 책이 더 재밌지? 이상하다. 10살? 11살 때 읽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판타지 소설의 고전명작이라고 불릴 만큼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다. 공부 빼곤 모든 것이 재밌다는 고1, 날아가는 새만 봐도 낄낄대던 시기라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역시! 너무 어릴 땐 이름이 너무 많고 지명이 너무 많이 나와 휙휙 넘겨 보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와 더 재밌더라..
명작 소설은 머리 크고 읽어야 하는 법.
머리에 박아놓자.
66.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뭐지 어렸을 때부터 성에 관심이 엄청 많았나? 하여간 이 책도 19금 묘사가 들어가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은 표지가 우중충한 탓에 어렸을 적엔 선택받지 못했고 중학생 때 내가 엄청, 매우, 정말 좋아하던 오쇼 라즈니쉬의 과녁과 배꼽 옆에 운 좋게 붙어있던 책이라 간택받을 수 있었던 책이다. 처음에도 표지가 왜 이래? 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웬 걸. 재밌다! 아마 주인공이 여자고, 성매매하던 여자였던 것 같은데 일단 배경이 미국으로 독특했다.
67. 모든 책들이 재밌고 아름답다. 다만..
68. ㅡ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특히 더 좋아한다. 여러 개의 분리된 사건이 나중엔 하나의 결론으로 합치되어 도출되는 소설의 개연성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배르나르 베르베르를 사랑하는 것처럼 오쇼 라즈니쉬를 사랑한다.
그의 이면성을 뒤에 두고서라도, 그가 써낸 책은 독립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사랑한다.
사실은 많이 실망했어요.
존경했고 기대했기에 돌아온 실망이죠.
기대조차 없고 사랑하지 않았다면 무감했을 테니
69. 과녁과 배꼽
둘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느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배꼽이다. 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이후 성인이 되어서까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출판된 이 책이 시간에 빛바래져 노랗게 익어가고, 닳아져 버린 풀칠 사이로 책종이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읽어댔다. 버릴 것이 없다. 그냥, 엄마가 가지고 있는 책장 속의 책들 중 1순위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약간 탈무드개념이다. 다들 한 번쯤 꼭 보자. 과녁, 배꼽 모두 오쇼 라즈니쉬의 책들이다.
70. 이외수의 벽오금학도는 퇴마록보다도 먼저 읽은 판타지 소설이다. 이것도 8살 때 처음 꺼내어보았는데 이유는 연어와 마찬가지로 표지가 반짝반짝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어나 마찬가지로 현재 개정판이 따로 출간되어 내가 가지고 있는 벽오금학도의 옛 맛이 안 산다. 나는 뭔가 약간 그런 자부심이 있긴 하다. 엄마의 책이지만, 내가 다 물려받을 책이지 않을까.. 하는. 특히 서적의 옛 표지는 지금 구하려면 꽤 힘들지 않을까 하는.
71. 이런
다른 길로 빠졌는데 벽오금학도는 내가 8살에 읽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던 책이다. 하얀 백금발의 남자가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표현이 특이하다. 이 정도에 그쳤던 내가 중학생 때 다시 읽으니 이건 뭐 침 나오게 재밌었다. 그림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가 악당을 물리치고 현재세계까지 지킨다는! 마치 전우치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스토리였던 것 같은데.. 이외수의 역겨운 개인 사생활을 집어치우더라도 이 소설은 명작이다.
72.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엄마 서재에 이 책이 있을 때 나는 그걸 굳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이 책은 눈에도 잘 띄지 않아서 이 책이 있다는 것도 중학교 들어가서야 알았는데 학교 문학시간에 나오는 작품이, 그것도 한 챕터를 두고 자세히 다루는 작품이 우리 집 안방 서재에 꽂혀있었다.
73. 토마스 리베라의 어느 꼬마의 마루밑이야기
74. 87년 수상작품집 - 대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75. 톨스토이 인생독본
76. 책을 위한 책
77.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78. 안네의 일기
79. 그대 사랑엔 완전 초보랬지 알고 보니 그대 이별엔 완전 프로였어, 제목도 긴 이 책은 시집이다. 근데 내 마음속 1등인 시집이다. 솔직가감하게 적어 내려 간 시들은 사랑에 일면식이 없어 낯가리는 나에게 약간 친근하게 다가왔다. 너무너무 공감 가고 행복해지는 언어들로 사람을 배꼽 빠지게 만드는 책인 데다 짧은 시집이라 시간 부담이 덜하다. 과자와 커피를 가져가 여가 시간에 읽으며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80. 1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 살아남은 자의 슬픔
81. 이때부터는 서재가 아닌 초등학교 실내화를 두던 책장에 위치한 한 책에 관한 얘기다. 자리 옆에 있던 책장에서 눈에 들어온 이철환의 연탄길 1은 그 표지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표지에 약했던 나는 그 책을 다 읽고서 생각했다. '저걸 가져야겠다'. 초등학교 4학년, 알 수 없는 소유욕에 불타서 몰래 가방 안에 책을 넣어왔고 그날로 나는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애비 없는 새끼가 도둑질까지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내가 엄청나게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알았다. 이후에 그걸 다시 자리에 갖다 놓으며 나는 구질구질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선생님께 달려갔다. 나는 다음 달 있을 수학시험을 잘 보면 저 책을 달라고 딜을 쳤고 선생님은 그런 나를 '이봐라?' 란 얼굴로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이후 그 책은 내 책이 되었다. 그리고 연탄길은 1이 근본이다. 다음 시리즈인 2까지는 볼만하다.
82. 이후는 쭉 고등학생 때 읽고 많이 영감을 받거나 감명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중학생 때는 서재에 있던 책들을 다 읽어보았고 이후는 고등학교 도서관 혹은 대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들인데 두 시기에 읽었던 책들은 그 결이 확실히 다르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환장하던 장르는 외국 소설 특히 영미 판타지, 스릴러, SF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대학교 때는 일본 혹은 국내 서적 중 스릴러, 에세이, 교양, 혹은 자기 계발서 작품들을 주로 애정했다. 이후 내가 소개할 책들 모두 고등학생 시절 읽었던 책들이다.
83.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의 율리시스 무어 전집
84. 팀 보울러의 프로즌 파이어, 스타시커, 스쿼시. 팀 보울러의 명작으로 느껴진 프로즌 파이어, 스타시커에는 한동안 절여져 이런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설류를 찾아 헤매기도 했었다.
8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고양이, 뇌, 천사, 개미, 카산드라의 거울
86. 아르테미스 파울
87.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순례자. 특히 연금술사는 오쇼 라즈니쉬가 독립적인 한 사건으로 장편을 써내겠다! 하면 이 분의 작품 속 분위기와 그 결이 같지 않을까 했던 소설들이다.
88. 수잔 콜린스의 헝거게임 시리즈
89. 그 밖에도 엄청 읽어댔는데 좋아하던 시리즈물이나 책 제목들이 도저히 기억나질 않는다. 이럴 수가. 도서관에 살았던 시간이 얼마였는데 이 빡통아!
그러고 보니 갑자기 떠올랐다. 베네딕트 비밀클럽《 이거 정말 재밌다!
90. 대학생 시절 내 도서관의 재미를 책임져준 고마운 작가 한 분이 있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스릴러 작가라고 서두를 넣었다면 모두가 알았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책들이다. 그중에도 용의자 X의 헌신, 가면산장 살인사건, 살인의 문, 11 문자 살인사건,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추천. 스릴러로서 이 분만한 거장이 없다. 최고. 이 소설들과 결이 비슷하게 재밌게 읽었던 책으로는 한국에선 김영탁의 곰탕,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
91.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
92. 키토 아야의 1리터의 눈물
93. 생땍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그 많이 읽었던 좋아하던 교양문학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착하는 소설이다. 물론 이다음은 빨간 머리 앤 이다 그다음은 탈무드 전집 그 그다음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메밀꽃 필 무렵, 동백꽃, 키다리 아저씨, 시지프의 신화 등등 좋아하는 것들도 많네..
94. 김소엽의 마음속에 뜬 별
95.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
96. 박애회의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97. 류시화의 인생우화
98. 기차홀릭 테츠코의 일본철도 여행
99. 이기주의 한 때 소중했던 것들
100. 나는 책을 좋아하는 걸까.
확실히 머리가 크면서 책을 읽는 시간은 확연히 줄었다. 그런데도 밟히는 책의 구절들이 가끔씩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이다. 과거의 잔재마저 아름다운 것이 독서다. 타인의 깨달음으로 나를 이롭게 하는 행위. 그게 독서의 맛
책 소개 다 채우려 했는데 그냥 이러다가 2025년 될 것만 같다
책 제목만 띡 올린 구멍이 불편해 뒤지겠다
틀 맞추는 것에 강박 있어서 미치겠다
엉 인생이 쓰다